3호.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
블로그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이 종종 궁금할 때가 있었다. 2022년에 구의동에 문을 열었던 '아워삶 커피 스탠드'라는 카페를 1년 남짓 운영하면서 여러 블로그 이웃분들이 와주셨고 덕분에 그들이 생각하는 내가 어떤 이미지인지 물어볼 수 있었다.
블로그로 보셨던 저는 어떤 이미지였나요?
"클롸드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내는 이미지에요." "건강하게 좋은 에너지를 나누는 블로거" "커피에 미친 사람" "계속 도전하는 사람" "중국을 참 아끼는 사람" "기록하기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블로그에는 되도록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타내려 한다. 나의 관심사를 기록하고, 이건 나만 알고 있으면 아쉬워! 세상에 알려야 해! 라는 것들에 대해 리뷰한다. 너무나 좋은 장소들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데, 때로는 그 진가가 알려지지 않고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쉬지 않고 리뷰 글을 남기고, 때로는 나의 일상과 맘 상태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고백하자면 블로그에서 보이는 클롸드는 말 그대로 인간 김영빈이 아닌 클롸드라는 페르소나이다.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일 뿐 실제의 나는 너무도 불완전하고, 오점투성이인 인간이다. 완벽주의가 있어서 항상 누군가를 시기 질투하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못한 채로 사는 인간. 뒤처지는 기분에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인가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인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 야비하고 치사하고 계산적인 인간이다. 그래서 블로그로 보이는 모습인 채로 누군가와 마주하는 게 두려웠다.
항상 블로그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은 나의 본모습 보단 꾸며낸 '하이라이트'의 나를 보고 어떠한 기대를 했다. 클롸드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성격이 아닐까 등. 그렇게 만난 사람 중 좋은 친구가 된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연인으로 발전할 뻔했다가 결국 모르는 사이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때때로 나를 보고 실망한 것 같은 이들을 마주하면 그것이 내게 큰 상처로 다가왔다. 결국 현실의 난 온라인으로 보이는 것보다 못한 형편없는 놈이구나 싶었다.
무엇이 이토록 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 채 닿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완벽한 나'를 갈구하게 만든 것인가 궁금했다. 여러 유명한 정신의학자들의 유튜브와 책을 통해 자신에 관해 공부했다. 어릴 적 받은 부모나 친구에게 받은 사랑이 부족한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부족한 사랑으로 인해 불안의 형태나 자기혐오의 형태로 발현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혹은 너무 어릴 적부터 자기계발서에 심취 했기에 쉬지 못하고 완벽한 인간이 되는데 강박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어떤 곳에서도 정답을 찾진 못했다. 그렇게 몇 년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우울해하고 좌절하며 방황했다. 이에 대해선 블로그엔 언제나 밝은 모습만 보여야 하기에 제대로 써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이조차도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는 역겨운 나의 편집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최근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나를 사랑해 주는 연인이 생겼고, 나만을 바라보는 반려견 베니가 함께 한다. 요즘은 성공의 기준이 꼭 어떠한 거대한 성취, 돈이나 명예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좋은 직장과 건강한 가족, 날 아껴주는 몇 명의 친구들, 믿는 하나님, 어디든 데려다주는 자동차 등이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모자란다고 계속 남과 비교했나 싶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보면, 'SNS 회사들이 소비자들을 상품 그 자체로 만들기 위해, 교묘하게 쇼츠 알고리즘을 짜서 우리가 카지노 룰렛 하듯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라고 말한다. 결국 SNS에 집중하는 한 결국 그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 후 유튜브를 보는 건 줄이고, 베니와 산책을 가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보려 한다. 때로는 맘이 맞는 친구와 시간을 보낸다. 전이라면 항상 퇴근 후에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야 오늘 하루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그것이 만족스럽다면 그걸로 행복한 삶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도 난 오늘도 형편없는 자신을 사랑해 보려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해 주려 한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친구, 가족과 연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려 한다. 누군가를 내 테이스트 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존중하듯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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