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 쿨가이로 선발되었다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이었다. 그래서 그 몸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깨끗한 클린푸드를 먹으려 하고, 치팅을 하면 다음날 운동 두 번을 하기도 했다. 내가 만든 이미지에 나 자신이 갇혀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쿨가이 동기 형들은 모두 애 아빠가 되었고, 우리의 찬란(?)했던 추억은 그저 과거 어릴 적의 추억 정도로 잊혔다.
요즘 운동 열풍을 보면 쿨가이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나에게 있어 운동의 의미는 오직 성형과도 같은 외모의 업그레이드였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정말 짧았다. 시간이 지나고 이젠 모두가 헬스장을 다니게 되며 나보다 젊고, 잘생기고, 몸 좋은 친구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30대 중반이 되며 내 삶에 운동의 의미가 바뀌었다. 이전엔 Ego를 지키고 과시하기 위해 운동했다면, 요즘은 진정한 건강(Wellness)을 생각하게 된다. 중년이 되면서부터는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근육량을 늘리긴 여간 어렵다. 2~30대에 차곡히 농사지은 근육량을 수확하고, 그것을 유지하며 건강히 늙어가기 위해 운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몇 년이 걸린 것 같다. 자꾸 나보다 몸 좋은 사람들과 비교하며 어떻게든 그들을 깎아내렸던 것 같다.
캐나다 대학교 헬스장에서 막 쇠질을 시작했을 때, 딱 봐도 몸이 탄탄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내가 마흔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저렇게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을까?'라고 되뇌었다.
감사하게도 13년간 꾸준히 운동을 즐겨왔고, 지금도 운동이 지루하지 않다.
운동은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 개선을 넘어 정신 건강을 개선하고, 수면의 질도 향상하고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소셜미디어로 남과 비교하며 우울증에 빠진 사람에게 의사가 가장 먼저 권하는 것도 약이 아닌 운동이다.
SNS 속에서 #눈바디 #바디프로필 같은 키워드가 유행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과도하게 살을 빼고, 성형하는 것도 모자라 포토샵까지 하며 자신의 하이라이트를 자랑하는 것이다. 바디빌더들은 오프시즌이 되면 급하게 살이 오르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욱더 자신의 말랐던 모습을 올리는 현상이 잦다. 살진 모습의 자아를 인정치 못하고 오히려 잠시만 얻을 수 있는 시즌 몸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운동의 진짜 즐거움은 단순 보임에 있지 않다. 10대든 60대이든 운동은 어떤 나이와 성별에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름에 억지 운동이 아닌, 운동을 생활화하면 자연스레 살은 빠지고 음식도 되도록 건강하게 먹게 된다. 딱히 무언가 돈을 벌거나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을 위해 꾸준히 땀흘린 세월은 결국 내 안에 고스란히 남는다. 이것은 비단 운동뿐만이 아닌 다른 어떤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난 운동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배운 걸지도 모르겠다. 꾸준한 노력은 배반치 않는다. 요즘은 단순히 쇠질 보단 달리기와 요가, 명상 등을 통해 더 균형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려 노력 중이다. 꾸준한 운동은 강건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주었고, 그간 인생에 있던 아픔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다.
요즘은 젊은 나이에 삶을 끝내는 사람들을 마주하곤 한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데는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이유가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언제나 운동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일단 땀을 내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다시 시작할 용기를 쌓아가는 것이다.
운동이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운동한다고 모든 게 일사천리로 될 리는 없음을 안다. 그래도 노력한 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게 운동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돈이 많다고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이것만은 매일 같이 시간을 내어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정직한 활동이다. 꾸준히 운동한 덕에 몇 번의 교통사고에도 여전히 건강히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미루고 있다면 하루 30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달리기부터 시작해 보길 추천한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좋지만, 몸에 가장 좋은 운동 하나를 뽑자면 당연히 달리기다.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드는 달리기는 노폐물을 배출하고, 우울함도 타파하게 도와준다. 달리기의 좋은 점은 누구나 어렴풋이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달리는 나를 그리며, 난 오늘도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맬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만의 운동을 이어가길 추천한다.